책 얘기로 싸워본 적 있으신가요
싸운다는 표현이 좀 세긴 한데, 같은 책을 읽고 의견이 완전히 갈린 경험 말하는 겁니다.
"나는 주인공이 그 선택 한 게 이해돼", "나는 전혀 이해 안 되는데, 그게 어떻게 이해가 돼?"
이런 대화가 오가다 보면 어느 순간 목소리가 좀 높아지기도 하죠. ㅎㅎ
근데 그게 나쁜 게 아닙니다. 오히려 그 과정에서 상대방이 어떤 기준으로 사람을 이해하고 세상을 보는지가 드러납니다.
평소 대화에서는 절대 나오지 않을 이야기들이 책 한 권을 매개로 자연스럽게 흘러나오는 거예요.
커플 독서가 단순한 취미가 아닌 이유가 바로 이겁니다.
같이 책 읽는다는 게 정확히 어떤 건가요?
크게 세 가지 방식이 있어요. 각자의 성향에 따라 정해서 시작하면 됩니다.
방식 1. 같은 책을 각자 읽고 대화하기
가장 일반적인 방식입니다.
책 한 권을 정해두고 각자 읽되, 다 읽고 나서 카페나 집에서 감상을 나눕니다. 미니 북토크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장점은 읽는 속도에 구애받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에요. 빨리 읽는 사람, 천천히 읽는 사람 상관없이 각자 페이스대로 읽고 나중에 만나면 됩니다.
방식 2. 소리 내어 같이 읽기
한 명이 소리 내어 읽어주고 다른 한 명은 듣는 방식입니다.
처음엔 좀 낯간지러울 수 있는데 익숙해지면 꽤 좋습니다. 읽다가 마음에 드는 문장에서 멈추고 "이 문장 너무 좋지 않아?" 하면서 즉각적으로 반응을 나눌 수 있거든요.
잠들기 전 20~30분 루틴으로 만들기 좋은 방식이에요.
방식 3. 챕터별로 교대로 읽기
챕터 하나씩 번갈아가며 읽는 방식입니다.
읽어주는 사람의 목소리 톤이나 강조점이 달라서 같은 내용인데도 새롭게 느껴지는 경우가 있어요. 이야기 속 인물을 나눠서 읽으면 더 재밌어집니다.
책 고르는 것부터 막막하다면
커플 독서에서 가장 어려운 게 사실 책 선정입니다.
한 명은 소설 좋아하고 한 명은 자기계발서 좋아하는 경우가 많거든요. 취향 차이가 크면 시작도 전에 지칩니다.;;
처음 시작할 때 책 고르는 기준 3가지
얇은 것부터 시작하세요. 처음부터 700페이지짜리 대작에 도전하면 둘 다 완독 못 하고 흐지부지됩니다. 200페이지 안팎의 가볍게 읽히는 책이 첫 번째 책으로 좋습니다.
이야기가 있는 책이 대화가 쉽습니다. 에세이나 소설은 인물과 사건이 있어서 "나라면 어떻게 했을까"로 대화를 풀기가 쉬워요. 너무 전문적인 지식 위주의 책은 처음엔 피하는 게 좋습니다.
둘 다 모르는 분야를 고르는 것도 방법입니다. 한 명이 이미 읽은 책이면 아는 척하게 되는 경향이 있어요. 둘 다 처음 읽는 책이면 진짜 같은 출발선에서 시작하는 느낌이 납니다.
커플 독서 초보에게 추천하는 책 유형
소설 – 인물과 감정 이야기로 대화 물꼬 트기
인물의 선택과 감정선이 풍부한 소설은 "나라면 어떻게 했을까"로 대화가 자연스럽게 이어집니다. 서로 다른 인물에게 감정이입하는 경우도 많아서 생각보다 흥미로운 시각 차이가 나오기도 합니다.
에세이 – 일상 이야기로 서로의 감각 나누기
잔잔한 일상 에세이는 읽는 부담이 적고, 공감 가는 문장을 서로 공유하는 방식으로 시작하기 좋습니다. "나 이 문장 완전 공감했어" 한마디로도 대화가 시작됩니다.
인문 교양 – 세계관 차이를 발견하는 재미
조금 익숙해졌다면 철학이나 심리 관련 교양서를 같이 읽어보세요. 같은 내용을 읽어도 해석이 완전히 다르게 나오는 경우가 많아서, 상대방의 생각 구조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독서 후 대화를 풍성하게 만드는 질문들
다 읽고 나서 "어땠어?" 한마디로 끝나면 아쉽습니다.
대화를 이끌어내는 질문 몇 가지를 미리 준비해두면 훨씬 깊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어요.
가장 인상 깊었던 문장이나 장면은 무엇인가요?
내가 저 인물이었다면 같은 선택을 했을까요?
이 책을 읽고 나서 생각이 바뀐 게 있나요?
이 책을 다른 사람에게 추천한다면 어떤 사람에게 하고 싶은가요?
이 중에 하나만 골라서 시작해도 20분은 거뜬히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우리만의 독서 기록 남기기
감상을 말로만 나누면 나중에 기억이 잘 안 납니다.
공유 노트에 각자 한 줄씩 감상을 남겨두는 것을 추천합니다. 책 제목, 읽은 날짜, 별점, 한 줄 감상. 이 네 가지만 남겨도 충분합니다.
1년 후에 우리가 같이 읽은 책 목록을 돌아보면 그 시간이 얼마나 쌓였는지 눈으로 확인됩니다. 그 목록 자체가 꽤 뿌듯한 기록이 되거든요.
책에 밑줄 친 문장을 서로 공유하는 것도 좋습니다. 같은 책에서 완전히 다른 문장에 밑줄을 치는 경우가 많은데, 그걸 비교해보면 서로가 뭘 중요하게 생각하는지가 보입니다.;;
읽는 속도가 너무 다를 때 해결법
커플 독서에서 가장 많이 생기는 현실적인 문제입니다.
한 명은 이미 다 읽었는데 다른 한 명은 아직 절반도 못 읽은 상황.
이럴 때는 미리 읽은 사람이 스포를 하면 안 됩니다. 당연한 것 같지만 의외로 "이 부분에서 이렇게 돼" 하고 흥분해서 얘기하는 경우가 생기거든요. ㅎㅎ
해결책은 마감 날짜를 미리 정해두는 겁니다. "이번 달 말까지 읽자"처럼 느슨하게라도 기한을 두면 서로 비슷한 속도로 맞춰가게 됩니다.
빨리 읽은 사람은 그 시간에 다른 책을 읽거나, 다 읽은 부분을 천천히 다시 읽어도 좋습니다. 두 번 읽으면 처음엔 몰랐던 게 보이는 경우도 많거든요.
마무리 – 책 한 권이 두 사람 사이를 더 넓혀줍니다
같이 여행 가고, 맛집 가고, 영화 보는 것. 다 좋습니다.
근데 책 한 권을 같이 읽고 나서 나누는 대화는 그것들과 결이 좀 다릅니다.
상대방이 어떤 문장에서 멈췄는지, 어떤 인물에게 감정이입했는지, 어떤 결말을 원했는지.
그런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오래 사귄 사이인데도 "아, 이런 생각을 하는 사람이었구나"라는 새로운 발견이 생깁니다.
오래 함께할수록 서로를 다 안다고 생각하기 쉬운데, 책 한 권이 그 생각을 살짝 흔들어주는 역할을 합니다.
이번 달, 같이 읽을 책 한 권 골라보는 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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